[기고] 소중한 것들...천정의 감지기, 녹슨 소화기

[기고] 소중한 것들...천정의 감지기, 녹슨 소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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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일 제천소방서장)


얼마 전 강원도와 경북지역의 대형ㅜ산불로 인해 나라가 온통 재난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수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고통을 당했다. 


하늘에서 찍은 화재현장을 뉴스로 보면서 마치 지옥이 이렇지 않을까 하는 끔찍한 느낌에 소름이 돋기도 했다. 


불은 인류에게 무엇이었을까? 


얼마 전 인문학 강의에서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 


인류는 불의 발견과 관리를 통해 날것으로부터 해방되기 시작했고, 신체 소화기관들의 역할이 떨어지면서 더 많은 역량들을 뇌로 집중시키게 되었다. 


비로소 인류 문명이 발달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모든 상황들을 미루어 짐작해보면 재미있는 결과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보일러가 발견되면서 사람들은 아파트와 같은 고층 건물들을 지을 수 있게 되었고, 화로에서 철을 녹여 주형을 만들고, 바퀴를 이용한 동력으로 자동차를 발명 해냈다. 


이렇게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되는 모든 문명의 중심에는 항상 불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귀결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모든 중심에 있는 불이 언제나 인류의 통제 범위 안에서 관리되는 것은 아니다. 


울진, 삼척지역의 산불을 비롯해 울산의 고층 아파트, 평택의 대형 창고, 공장 화재 등은 물론이고 매일 뉴스로 접하는 크고 작은 주택 화재 사고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불에서 시작된다. 


인류 문명의 눈부신 번영과 이를 가로막는 재난의 출발점엔 공통적으로 불이 존재했다. 


그리고 불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소방조직이 생겨났고, 소방은 항상 대형산불을 비롯해 많은 화재 현장에서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감내하면서까지 제 역할을 수행해왔다, 묵묵히,,,


모든 역할을 우리 소방이 다 할 수는 없다. 


소방의 외곽조직인 10만여 의용소방대원들의 도움과 일반인들의 소방에 대한 관심과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아무리 과학 기술의 발달과 장비의 현대화로 무장되어 있다 한들 이를 활용하고 관리하고 조절할 수 있는 노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울진 산불의 시작도 손톱만한 작은 불씨의 방임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을 의심해 본다. 


이처럼 재난의 불, 그 시작은 아주 미미 하지만 인간의 통제와 관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강풍에 휘둘리는 불꽃처럼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인간을 괴롭힐지는 아무도 모른다.


담뱃불과 같은 작은 불씨, 매섭고 파랗게 튀는 스파크, 구슬보다도 작은 용접 불티는 늘 우리의 손아귀에 있으며 이에 대한 관리 권한도 인간에게 있을 것이다. 


신발장 한 귀퉁이에 먼지 쌓인 소화기, 무언지 잘 몰랐지만 천정에 달려있는 화재 감지기, 엘리베이터 옆 철문에 뭐라뭐라 써 있는 옥내소화전까지, 알고 보면 이런 무심한 것들이 실은 불을 컨트롤하며 인간의 안전한 생활을 도모해준 소중한 것들이었다. 

 

가끔은 출근길에 먼지가 쌓이고 녹이 슬어 매일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져보자, 고마운 눈길도 함께,,,


제천소방서장 서정일


김상대(elovejc@gmail.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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