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을 여는 시

주말 아침을 여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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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라  너는 아직 어리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 살고 있지만 사실은 삶이 버겁고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늘 울고 있는
옛 과거의 나쁜 기억에서 발목을 잡혀
매일매일 괴로워 신음하고 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너에게


​그렇게 특별하다 믿었던 자신이
평범은 커녕 아예 무능력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고
쳐다보는 것 만으로도 설레이던 이성으로 부터
지루함을 느끼는 순간이 있고
분신이듯 잘 맞던 친구로부터
정이 뚝 떨어지는 순간이 있고
​소름 돋던 노래가 지겨워지는 순간이 있고
자기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그저 짝사랑에 불과하다고 느끼는 순간도 있다

삶에 대한 욕망이나 야망 따위가
시들어 버리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삶이 치명적일 정도로
무의미하게 다가오는 순간 또한 있다


우리는 여태껏 느꼈던
평생 간직하고 싶던 그 감정은 무시한 채
영원할 것 같이 아름답고 순수하던 감정이 다 타버려
날아가는 순간에만 매달려 절망에 빠지곤 한다

순간은 지나가도록 약속되어 있고
지나간 모든 것은 잊혀지기 마련이다
어차피 잊혀질 모든 만사를 얹고
왜 굳이 이렇게 힘들어 하며 사냐는 게 아니다
어차피 잊혀질테니, 절망하지 말라는 거다.

겁내지마라,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
기죽지마라. 끝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걱정하지 마라, 아무에게 뒤쳐지지 않는다
슬퍼하지 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조급해하지 마라. 멈추기엔 너무 이르다

울지마라, 너는 아직 어리다.


-무라카미 하루키- 

김상대(elovejc@gmail.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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