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을 여는 시

주말 아침을 여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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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 / 유진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가슴 흐린 날에는
당신이 지어주신 그리움을 읽고
눈부시게 맑은 날에는
점 하나만 찍어도 알 수 있는
당신의 웃음을 읽고


저녁 창가에
누군가 왔다 가는 소리로
빗방울 흔들리는 밤에는
당신의 눈동자 속에 담긴
기다림 읽어내는
 
내 생애
가장 소중한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바람 지나면
당신의 한숨으로 듣고
노을 앞에서면
당신이 앓는 외로움
저리도 붉게 타는구나
 
콧날 아리는 사연으로 다가오는
삼 백 예순 다섯 통의 편지
책상 모서리에 쌓아두고
 
그립다
쓰지 않아도 그립고
보고 싶다
적지 않아도 우울한


내 생애
가장 그리운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여태껏
한 번도 부치지 못한 편지는
당신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당신이 괜찮은 척 하는 만큼
나도 괜찮은 것이라고
당신이 참아내는 세월만큼
나도 견디는 척 하는 것이라고
 
편지 첫머리마다
쓰고 또 쓰고 싶었던 편지도
당신이라는 사랑이었습니다.


내 생애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편지였듯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답장도
삼 백 예순 다섯 통의
당신이었습니다.

김상대(elovejc@gmail.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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