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을 여는 시

주말 아침을 여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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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갯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 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김상대(elovejc@gmail.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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